음악

북구의 서정 팝 ''이페메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29. 20:19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2&aid=0000144696


노르웨이 음악의 스펙트럼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기이함과 함께 경이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멤버들 간의 끔찍한 살인극으로 현대 악마주의 음악의 상징이 되어버린 메이헴(Mayhem)과 버줌(Burzum)의 고향이면서도 케틸 뵨스타드(Ketil Bjornstad)와 얀 가바렉(Jan Garbarek), 데이비드 달링(David Darling) 등 북구의 서정 시인을 낳은 곳 역시 노르웨이이기 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특유의 차가운 날씨와 설원 가득한 자연, 여름에는 백야현상으로 하얀 밤이 이어지고 겨울에는 긴 어둠이 지배하는 그 극단의 자연환경이 한없이 맑고 차가운 서정과 함께 블랙메틀의 광폭함이란 상반된 음악세계를 낳은 건 아닌가 싶다.

오늘 소개하는 여성 3인조 모던팝 밴드 이페메라(Ephemera)는 지극히 노르웨이적인 서정과 순수를 상큼한 모던록 사운드로 노래하는 밴드다. 방한복에 깊숙이 얼굴을 파묻은 채 선 엷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멤버들의 모습처럼 이페메라의 음악에는 설원의 순백 이미지와 투명한 감수성이 살아 숨쉰다. 특히 최근 라이선스 된 ''스코어 - 베스트 오브 이페메라 코리언 에디션''(Score - Best of Ephemera Korean Edition·사진)은 그들의 활동 전반을 아우르는 베스트 앨범이면서도 처음 듣는 순간 가슴을 파고드는 그 강렬한 감동을 이내 벗어버리지 못하게 하는 여백과 여유의 미가 강한 앨범이다. ''스코어''의 너무 자극적이지도 또 느슨하지도 않은 그 흐름의 묘미는 베스트 앨범의 상업성과 곡 전개의 답답함에 싫증을 느낀 이들에게도 호소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크리스틴 샌드로프(Christine Sandtorv), 재니케 라센(Jannicke Larsen), 인거 리스 스톡슨(Inger Lise Storksen) 3인조로 이뤄진 이페메라는 94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결성됐다. 96년 1집 ''글루''(Glue)를 시작으로 총 5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며 각 앨범이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사면서 현재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팝밴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한국판 베스트 앨범은 ‘선’(Sun, 2000), ''벌룬스 앤드 샴페인''(Balloons And Champagne, 2001), ''에어''(Air, 2003) 등 각 앨범 히트곡과 함께 일본판에는 누락됐던 4곡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 총 18곡을 담고 있다.

베스트 앨범답게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지만 역시 눈에 띄는 트랙은 ‘걸즈 키프 시크리트 인 더 스트레인지스트 웨이’(Girls Keep Secret In The Strangest Way)와 ’잇 쿠드 해브 빈 미‘(It Could Have Been Me). ’걸스 키프 시크리트 인 더 스트레인지스트 웨이‘는 ’소녀 감수성‘이란 무엇인지를 말해주듯 사춘기 소녀들의 수줍은 정서를 경쾌한 리듬에 실어 노래하고 있으며 ’잇 쿠드 해브 빈 미‘는 일본의 컬리지 록 밴드 스피츠의 히트곡 ''로빈슨''(Robinson)을 이페메라만의 색채로 리메이크하고 있다. 이외에도 ‘벌룬스 앤드 샴페인’(Balloons And Champagne)과 ‘클로즈’(Close)는 어쿠스틱 악기와 섬세한 보컬이 일렉트로닉 음향을 만나 더없이 따스하고 사람 냄새나는 사운드로 빚어지는 이페메라의 음악적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방송이 아닌, 자신들의 권리를 방기하는 20, 30대에 있다” 얼마 전 현 대중음악 시장을 비판하는 자리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충분한 경제력을 지니면서도 좋은 음반에 대한 투자는 미룬 채 수동적으로 대중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만을 듣고, 들을 음악 없다며 대중음악신 전체를 비판하는 기성세대의 회의론이야말로 바로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가슴을 울리는 좋은 음악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올 겨울 우리 곁을 찾아온 소중한 음악 선물. 복잡다단한 생활의 생채기에 지친 이들에게 ''스코어''는 심심한 위안을 가져다 줄 것이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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