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표절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7. 22. 21:58

음악인이 표절을 했다는 논란이 있든가 말든가 나는 무신경한 편이다. 내가 이를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이는 결국 법적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결국에는 알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간 며칠 사이 모 음악인의 표절시비가 공중파 100분 토론을 타기에 이르렀고, 텍스트는 카피킬러 등으로 쉽게 표절검사가 가능한데 왜 음악은 그런 도구가 없는가? 하고 생각했던 평소 의구심이 되살아났다. 이것은 나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연구자들도 이에 대한 도구를 제안하고 있었던 것인데 다만 내가 찾아볼 능력이 안 되었을 뿐이다.

이런 도중 그 음악인의 제자인 박새별 씨가 4000자 내외의 표절에 관한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가 유희열과 맺고 있는 친밀한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그가 박사과정 중에 표절에 관해 연구한 바는 사실인 듯하고, 한 번 읽어볼 가치는 있는 것같다.

박새별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글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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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719일 오전 12:22

표절에 관한 아주 사적인 단상 1

처음 논란이 있었을 때부터 글을 써야할까 고민을 했었다. 왜냐하면 표절은 나의 박사 기간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 깊이 고민했던 주제였고, 음악에서 유사한 것이 무엇인가, 창작력이란, 예술이란, 독창성 uniqueness란 무엇인가, 아마 음악인으로서 공대생으로서 나만큼 고민한 사람은 한국에 솔직히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이주저를/어찌하여)그런데 그 뜨거운 이슈에, 나의 선생님, 희열오빠가있었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수도, 쉽게 무시할수도 없었다.

 

일단 표절이 무엇인가. 한국과 미국 모두 공통적으로말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질적 유사성"이라는개념이다. , 청자들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느끼는 어느 지점이 있어야한다는 것인데 사실은 이것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다. 내가 이 실질적 유사성의 정의를 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내리려고 한 5년간 미국 50년간 데이터를 다 조사해서 그 어떤 수치를 정하려고 했던 결과, 아 이러다 박사 졸업을 못하겠구나 싶어 "정량적 유사성"으로 연구 주제를 조금줄였었는데, 음악" 자체로 논의를 끝내기 위함이었다. 왜냐면 표절은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였는데, 그렇게 만들었던 요인들을 몇가지 들자면,

 

1.음악 내적 요인: 음악에는 너무나 다양한 속성이있고, 예를 들면 코드라든지, 리듬이나 비트 이런 부분에서 비슷한 것을 사람들은 "장르"라고 부르지, 예를 들면 클리쉐라고 부르는 어떤 코드 진행상의 비슷한 노래를 "표절"이다라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치면 실제로 한국 대중음악의 정말 많은 곡들이 표절의 기준에 들어갈 것이다. 마치 우리가 어떤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 저사람의 눈이 어떻고, 코가 어떻고, 그 모든 것이 비슷해도 통합적으로 어떤한 대상을 생각하는 것처럼, 음악은 단지 개별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대상이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내가 좋아하는 곡의 가사를 바꿔서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로 불러보자, 같은 곡이라 느낄 수 있을지)

 

2.심리학적 요인: 사람마다 유사성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 말하자면 디자이너와 일반인이 보는 두 그림의 비슷함은 다를 것이다. 패턴이나 색체를 구분하는 인간의 식별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도,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단지 리듬만 비슷해도 비슷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겐 코드 한두개만 달라져도 새로운 곡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러기에 "이곡이 유사한가"를 여러 피쳐에 따라 human factor로서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3.음악 외적 요인: 실제로 원작자의 음악을 들었는가, 그것에 대한 정확한 법적 근거가 남아있는가가 판결에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무의식적 카피"라는 것을 누군가 법적으로 판결하려면 적어도,그 곡이 길 어딘가에서 들었을 법한 어느 정도 이상의 인지도를 지니거나, 증거 혹은 데모나 라이브를 어디서든 들었을 법한 어떤 증거를 법적으로 제시해야한다. (예를 들면 어떤 뮤지션이 어떤 공연을 하러 어떤 동네에 갔는데, 그 어느 클럽에서 원작자의 공연 스케쥴이 있었던가 하는, 혹은 이메일로 데모를 보냈고, 그것을 발신한 기록이 남아있거나 하는) ·

 

이처럼 여러 요인과 피쳐들이 뒤섞인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에, 사실 지난 50년간의 100개가 넘는 판결을 다 뒤지면서도 나는 정확하게 정량적 measure를 찾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음악의 독창성이라는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든 어디든 그 어떤 분야보다 주관적이며 정성적인 기준을 지닌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당시 실제 표절이 아니였던 decision을 받은 케이스에 70프로 이상 참가자들이 표절이라고 이야기했던 곡이 하나 있었는데

(Es VS hey, 1991) 멜로디는 정말 달랐지만, 코드진행은 대부분 일치했다. 이것은 사람들의 기준과 실제 기준 및 이슈는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으로 말한다면, 현재 표절 논란의 모든 곡들은 표절에서 제외될 것이라 사료된다. "표절인가" "비슷한 것인가"는 같은 것이 아니며 부분을 잘라서는 절대로 법적 효력이 없으며, 그래프로 보여준다면 이 둘은 2019년도에 나온 내 논문의 케이스인데, 왼쪽이 표절이고 오른쪽이 유사한 노래이다. 전반적으로 실질적 유사성이 있을 때야 표절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창작력이 무엇이냐는 조금 더 논의하기 쉬운 부분이다. 사실 창작력은 많은 정의를 갖고 있는데, 무언가를 창조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물리학자 데이빗 봄에 따르면)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새로운 패턴을 찾고 그에 대한 질서를 찾는 능력"이다.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고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어떤 인간 능력의 끝에는 창작력이 있다. 똑같은 하늘을 보고서도 기원전 누군가는 누군가는 1년의 주기를 알았고, 누군가는 천체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계산하였고, 그를 깨는 이론마저도 등장하였다. 그만큼 이 세상의 무한한 여러가지 패턴이고 아름다움과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인간의 창작력이다.

 

그 질서를 예측가능하게 수치화하고 이 세상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을 우리는 과학이라 하며, 그것을 자신의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을 우리는 예술이라 한다.

 

돌아와 예술이 무엇인가를 정의내리기는 정말 어렵지만 가정 공통적인 한가지는 인간의 appreciation이다. 그것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맛이든, 색이든, 경치든, 예술적인 무언가가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무언가를 느끼게 하고, 감정을 겪게 한다. 그 모두를 우리는 예술이라 한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이 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빗 포스터를 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을 들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토이의 음악을 만들 순 없다.

 

누군가는 어떤 사람의 눈만 보여주고 이 사람의 눈과저 사람의 눈은 같아. 그럼 이 두사람은 같네, "그러니 저 사람은 저 사람의 복제인간이야". 말할수있지만 두 사람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모두를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리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절대 그의 사적인 밤을 무마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작권 침해라는 개념은 왜 생겼을까, 그것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고 부당하게 빼앗아가는것을 보호하기위해서이다. 실제로 침해당한 누군가가 보호받기 위해 내딛는 어떤 순간에는 턱없이 무력한 이 법적 개념이 무슨 말도 안되는 여러 담론들로 한 뮤지션을, 인간을, 아티스트를 평가하고, 혹은 매도하기 위해서. 마구. 사용되는 것을. 보고싶지는 않다. 또 나를 비롯하여,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들, 토이의 음악을 듣고, 또 그를 비롯한 다른 뮤지션들의음악들을 듣고, 위로받고, 나아가고 있는 모두가 그들의 추억을, 꿈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

 

(두 사람의 눈이 같다 하여 그 사람 둘이 같다는 것은 아니므로 전체를 들어보라 한다)

(본인이 유희열의 표절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인간의 권리 옹호를 위한 저작권침해의 정의를 바탕으로 음악인을 함부로 평가, 매도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유희열의 음악을 들은 뮤지션과 리스너가 그들의 추억과 꿈을 버리지 말 것을 바라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2022 7 20일 오전 6: 34

박새별입니다. 사실 워낙 그동안에도 개인적인 생각들을 소소하게 적던 공간이라 두서없이 써내려간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질타도 주시고 위로해주셨네요. 진심으로 모든 이야기들에 감사드립니다. 답글들도 모두 잘 읽어보았습니다. 모호한 기준과 예시를 들어 표절을 옹호해서는 안된다고 말씀해주신 분들의 이야기들 모두 동의하며 공감합니다. 사실 그런 모호함을 명확하게 하고자 이 주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었고, 그에 대한 저의 지난 연구들과 여러 관련된 이슈에 대한 단상들을 적은 것입니다. 혹시라도 불편하신 분들이 계셨다면 사과드리며 도의적으로 책임감을 좀 느끼게 되어,, · 시간이 나는 대로 의혹이 된 몇 곡들에 대한 정량적 분석글 또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ㅡㅡㅡㅡ

박새별의 글을 요약해본다.

1. 표절인지 아닌지 따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 유사성인데, 이를 연구하기란 다음의 사유로 매우 어려웠다.

. 개나 소나 다 쓰는 코드, 리듬, 비트같은 속성을 개나 소나 썼다고 그걸 표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 사람마다 그 유사성을 달리 파악한다.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

. 표절의심을 받는 자가 의심받는 원곡을 들었나 그렇지 않았나가 중요한데 이는 과학적 연구의 대상은 아니다.

1-1. 그래서 나는 정량적 유사성으로 연구 주제를 틀었다.

2. 유희열의 표절시비를 법정으로 끌고 가보면 모두 피고가 승소할 것같다.

3. 실질적 유사성 대신 그나마 좀 더 쉬운 창작력에 대해 말해보자면, 자연에서 패턴. , 질서를 찾는 것이다.

3-1. 과학은 질서를 예측 가능하도록 수치화하고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3-2. 예술은 질서를 자신의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4. 표절인지 아닌지 따지려면 음악을 끝까지 들어봐라. 두 사람의 일부분이 비슷하다고 그 두 사람이 같다는 얘기는 아니잖나.

5. 법에서 저작권 침해를 규정한 건 권리옹호를 위한 것이니만큼 이를 바탕으로 음악인을 함부로 평가, 매도하지 마라.

 

ㅡㅡㅡㅡ

박새별은 실제로 2019년에 멜로디의 유사성을 판별하기 위한 시각화 도구(Cross-scape plot)을 제안하는 프로시딩을 제1저자로써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이를 이용하여 표절시비에 놓인 곡들을 분석하겠다고 썼지만 실제로 그런 자료가 올라올 것 같진 않다. 그 이유 첫 번째로는 그가 너무 많은 댓글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박새별이 유희열의 제자인 만큼 그 객관성을 의심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새별의 프로시딩을 훑어보자면 단 3초의 코러스나 훅만으로도 표절이 될 수 있다고 하고, 대중들도 이를 쉽게 표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두 곡이 국소적으로 거의 똑같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들으면 표절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원용된다고 하는 실질적 유사성을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로 나오는 (보편적인 음악 요소), (개인 취향에 따라 달리 느끼는 유사성의 정도), (표절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두고 볼 때, 크게 내가 표절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같다.

유희열의 입장은 니가 비슷하다고 느낄 수는 있는데 나는 안 베꼈다이다. 나는 그 음악 모른다인데 주장하기가 어렵다. “이거 개나 소나 쓰는 거예요하고 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나도 오랫동안 유희열의 음악과 말을 들었고, 그래서 그가 표절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어땠을지는 미궁 속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같다.

말하자면 이게 표절을 했다(꽤 전문적으로) 주장을 하기도 어렵고, (상기한 요건을 갖춘 주장이 있나?) “나는 표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먹히는 것도 참 어려운 것 같다는 말이다. "무의식중 표절도 표절이다"라고 주장한 de wolfe 판결 등 때문이다. "무의식중에서라도 안베꼈다"고 의식 중인 상태에서 어떻게 얘기하나? 

 학계에서 기계적 표절 여부를 구별할 수 있는 더 좋은 도구가 개발되기를 바라고, 한편으로는 표절하지 않았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도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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