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이 기대되면서... 출근한 지 얼마 안된 지금 근무하는 대학병원에서 겪던 응급실의 여러 진상환자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 위의 만화와 비슷한 일로 여자후배에게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응급실 당직실에 졸며 깨며 응급환자를 보던 내과 2년차 시절, 어느 늦은 밤...
당직실 밖의 응급실에서 큰 소리로 욕소리가 들려왔다. 욕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고딩 때 놀던 애들이 하는 수준의 욕이 아니라, 조직생활이던 영창생활이던 경험이 상당한 고수의 욕설과 성량이다. 몇분 동안 욕설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것이 뻔하다. 어떤 의사나 간호사가 붙잡혀 갖은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것일테고, 항상 그래왔듯이 아무도 말릴 사람은 없는 상황일 것이다.
몇 분 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키도 작고 배만 불룩해서... 예전처럼 성한 몸도 아니고, 다리를 다쳐 보조기를 틈틈히 차고 다니며 간신히 걷기나 하는 주제에... 이런 자기합리화 vs 순진한 후배의사이거나 마음 약한 간호사가 저 정도 욕설을 듣도록.. 그래도 한살이라도 많은 남자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칼을 맞던, 주먹에 맞으며 개차반이 되어도...란 무모한 용기 사이에 갈등을 했다. 등에 식음땀도 나며...
욕의 내용이 어떠했냐하면,
떨리는 가슴이지만 도저히 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당직실을 나와 욕을 하는 주인공에게 다가 갔다.
키는 180cm 정도에 몸무게는 90kg은 넘을 건장한 체격에 나이는 40대 중반 쯤, 목 위에까지 올라온 문신과 팔뚝에도 지저분하게 새겨진 문신들... 욕을 먹는 대상은 아주 어린 여자 인턴선생님, 삐쩍 마르고 키도 작은 그 친구는 한눈에 봐도 달달 떨면서 욕을 듣고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는 청주의 유명한 사창가 집성촌의 관리조폭인 듯 했다. 20대 여자가 배가 아프다고 데려왔는데, CT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산부인과 및 내과진료가 필요해서 모든 결과가 나오려면 내일 아침까지 있어야한다고 하니까, 그냥 여자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단다. 순진한 여자인턴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아픈 환자를 그냥 데려가냐고 막았고, 이런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25살 먹도록 의대말고 다른 곳에 별로 가본 데도 없는 이 친구가 사창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사람이 포주 또는 조폭이란 상상도 못하고, 친보호자라고 생각을 했겠지...)
응급실에는 원무과 남자직원, 수위 아저씨, 인턴선생님 3명, 간호사 6명, 기타 당직을 서는 레지던트 3~4명, 환자들 수십명, 보호자 수십명이 있었지만, 이 남자의 욕은 청산유수처럼 이어졌고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정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중간에 서서 왜 그러시냐고 묻고 다른 환자의 진료에 방해가 되고, 문제가 있으면 좋은 말로 지적하셔야 해결이 되니 저쪽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다. 물론 돌아올 대답은 뻔하다. '너 뭔데? 이런 181818181818'
옛날같으면 '그러는 너는 뭔데?'하고 튀어나갈 수도 있었을까? 글쎄,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솔직히 엄두가 안났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결은 해야하니... 지금 여기서 이러시는 것은 진료방해이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다들 불안해서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없으니 그만 하시라고 하였지만.... 속수무책...
슬슬 나도 열이 받고... 가끔 화가 머리 끝까지 나면, 정신이 나가며 사고를 치는 과거력 때문에... 결국 나도 반말로 나가며, 너 이러다 사람치겠다. 말로만 하지 말고 쳐봐 이 181818로 나가기 시작...
그런데, 이 사람이 베테랑이다. 주먹을 내 얼굴 앞에다만 어른거리지 멱살도 잡지않고, 욕의 수위는 점점 올리며 비아냥과 함께 오히려 나를 도발시킨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에 경찰이 왔다.
이렇게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오시면 사건이 해결되면 좋겠는데... 왠걸?!
C3를 타고 오신 경찰관 2분께서는 딱 보고도 뻔히 알 상황에서 신고를 한 사람이 누군인지 안나오면 그냥 돌아간단다. 뻔히 어떤 간호사가 발발 떨면서 뒷방에 가서 신고를 했을텐데, 저 깡패가 뻔히 보는 앞에서 나오란다. 그러려니 했다. 뭐 항상 그래왔으니까.
옆에 있던 어느 남자후배가 자기가 신고했다고 나서자, 경찰이 대충 훌터보더니 실제로 파손한 기물이 없고 폭행이라고 해도 눈에 크게 드러나는 것이 없으니, 고발을 하려면 내일 경찰청에 가서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하고 간다.
어찌되었든, 경찰이 가고 이 인간은 다시 욕을 시작하며 나오 시비가 붙었고 이때에는 응급실에 있던 몇명의 젊은 남자보호자들이 내 편을 들며 나서 주었다. 잠시 후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달라하여 그렇게해주었다. 조만간 만나게 될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고 그는 갔다.
그가 응급실을 나가고 나서야, 그 여선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엉엉 울었고, 숨 죽이며 구경하던 수많은 응급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저런 나쁜 놈...'하며 작은 소리로 웅성웅성 거렸다.
다행히 그 사람은 나를 찾아오지는 않았고,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여자후배는 곱게 포장한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무엇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선생이 누구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응급실간호사들이 별명을 지어줬다. '의리의 돌쇠'라고...
믿거나 말거나...
지금 다시 이런 일이 있다면 그때처럼 나서서 막아설 수 있을까? 자신없는 차원을 넘어...
비슷한 상황을 만나지 않으려고 피하며 살고 있다.
응급실 당직실에 졸며 깨며 응급환자를 보던 내과 2년차 시절, 어느 늦은 밤...
당직실 밖의 응급실에서 큰 소리로 욕소리가 들려왔다. 욕의 정도가 장난이 아니다. 고딩 때 놀던 애들이 하는 수준의 욕이 아니라, 조직생활이던 영창생활이던 경험이 상당한 고수의 욕설과 성량이다. 몇분 동안 욕설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는 것이 뻔하다. 어떤 의사나 간호사가 붙잡혀 갖은 욕설과 폭행을 당하는 것일테고, 항상 그래왔듯이 아무도 말릴 사람은 없는 상황일 것이다.
몇 분 동안 심각하게 고민했다.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키도 작고 배만 불룩해서... 예전처럼 성한 몸도 아니고, 다리를 다쳐 보조기를 틈틈히 차고 다니며 간신히 걷기나 하는 주제에... 이런 자기합리화 vs 순진한 후배의사이거나 마음 약한 간호사가 저 정도 욕설을 듣도록.. 그래도 한살이라도 많은 남자가 말려야 하지 않을까... 칼을 맞던, 주먹에 맞으며 개차반이 되어도...란 무모한 용기 사이에 갈등을 했다. 등에 식음땀도 나며...
욕의 내용이 어떠했냐하면,
'네 ##(여자생식기)를 쫙 찢어서 죽인다.'
'네 눈깔의 먹물을 쪽 빨아서 마신다.'
'네 사는 집 금방 알아내는데, 가서 네 부모들 다 갈아 마신다.'
뭐, 이 정도가 기본... 아직도 기억을 잘 하는 이유가 살면서 이 정도로 청산유수로 수십명의 사람들을 제압하고 욕을 하는 사람은 몇번 맞닥들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네 눈깔의 먹물을 쪽 빨아서 마신다.'
'네 사는 집 금방 알아내는데, 가서 네 부모들 다 갈아 마신다.'
뭐, 이 정도가 기본... 아직도 기억을 잘 하는 이유가 살면서 이 정도로 청산유수로 수십명의 사람들을 제압하고 욕을 하는 사람은 몇번 맞닥들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떨리는 가슴이지만 도저히 가만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하고 당직실을 나와 욕을 하는 주인공에게 다가 갔다.
키는 180cm 정도에 몸무게는 90kg은 넘을 건장한 체격에 나이는 40대 중반 쯤, 목 위에까지 올라온 문신과 팔뚝에도 지저분하게 새겨진 문신들... 욕을 먹는 대상은 아주 어린 여자 인턴선생님, 삐쩍 마르고 키도 작은 그 친구는 한눈에 봐도 달달 떨면서 욕을 듣고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는 청주의 유명한 사창가 집성촌의 관리조폭인 듯 했다. 20대 여자가 배가 아프다고 데려왔는데, CT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고, 산부인과 및 내과진료가 필요해서 모든 결과가 나오려면 내일 아침까지 있어야한다고 하니까, 그냥 여자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였단다. 순진한 여자인턴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아픈 환자를 그냥 데려가냐고 막았고, 이런 봉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25살 먹도록 의대말고 다른 곳에 별로 가본 데도 없는 이 친구가 사창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 사람이 포주 또는 조폭이란 상상도 못하고, 친보호자라고 생각을 했겠지...)
응급실에는 원무과 남자직원, 수위 아저씨, 인턴선생님 3명, 간호사 6명, 기타 당직을 서는 레지던트 3~4명, 환자들 수십명, 보호자 수십명이 있었지만, 이 남자의 욕은 청산유수처럼 이어졌고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과정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중간에 서서 왜 그러시냐고 묻고 다른 환자의 진료에 방해가 되고, 문제가 있으면 좋은 말로 지적하셔야 해결이 되니 저쪽에 가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였다. 물론 돌아올 대답은 뻔하다. '너 뭔데? 이런 181818181818'
옛날같으면 '그러는 너는 뭔데?'하고 튀어나갈 수도 있었을까? 글쎄,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솔직히 엄두가 안났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결은 해야하니... 지금 여기서 이러시는 것은 진료방해이고,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다들 불안해서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없으니 그만 하시라고 하였지만.... 속수무책...
슬슬 나도 열이 받고... 가끔 화가 머리 끝까지 나면, 정신이 나가며 사고를 치는 과거력 때문에... 결국 나도 반말로 나가며, 너 이러다 사람치겠다. 말로만 하지 말고 쳐봐 이 181818로 나가기 시작...
그런데, 이 사람이 베테랑이다. 주먹을 내 얼굴 앞에다만 어른거리지 멱살도 잡지않고, 욕의 수위는 점점 올리며 비아냥과 함께 오히려 나를 도발시킨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에 경찰이 왔다.
이렇게 민중의 지팡이 경찰이 오시면 사건이 해결되면 좋겠는데... 왠걸?!
C3를 타고 오신 경찰관 2분께서는 딱 보고도 뻔히 알 상황에서 신고를 한 사람이 누군인지 안나오면 그냥 돌아간단다. 뻔히 어떤 간호사가 발발 떨면서 뒷방에 가서 신고를 했을텐데, 저 깡패가 뻔히 보는 앞에서 나오란다. 그러려니 했다. 뭐 항상 그래왔으니까.
옆에 있던 어느 남자후배가 자기가 신고했다고 나서자, 경찰이 대충 훌터보더니 실제로 파손한 기물이 없고 폭행이라고 해도 눈에 크게 드러나는 것이 없으니, 고발을 하려면 내일 경찰청에 가서 고발장을 접수하라고 하고 간다.
어찌되었든, 경찰이 가고 이 인간은 다시 욕을 시작하며 나오 시비가 붙었고 이때에는 응급실에 있던 몇명의 젊은 남자보호자들이 내 편을 들며 나서 주었다. 잠시 후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달라하여 그렇게해주었다. 조만간 만나게 될테니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고 그는 갔다.
그가 응급실을 나가고 나서야, 그 여선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엉엉 울었고, 숨 죽이며 구경하던 수많은 응급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저런 나쁜 놈...'하며 작은 소리로 웅성웅성 거렸다.
다행히 그 사람은 나를 찾아오지는 않았고,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여자후배는 곱게 포장한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무엇을 받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선생이 누구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응급실간호사들이 별명을 지어줬다. '의리의 돌쇠'라고...
믿거나 말거나...
지금 다시 이런 일이 있다면 그때처럼 나서서 막아설 수 있을까? 자신없는 차원을 넘어...
비슷한 상황을 만나지 않으려고 피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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