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기타

노조..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2. 13. 22:52

 그리고... 더 마음이 아프고, 무거운 이유는...

내가 알아왔던 열혈노조원 및 집단이기주의 때문인지 무관심인지 모를 선배 의사들은 모두 개인적으로는 아주 정직하며 성실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5년간 근무했던 종합병원이나 지금 근무하는 병원이나... 집단이란 익명성이나 힘에 기대게 되면 드러나거나 나타나는 수많은 폭력과 잔혹함을 인간의 역사에서 보고 놀랐던 것을 나는 병원이란 조직사회에서 발견해왔다. 노조만이 아니라,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심지어는 같은 의사 내에서도 특정 진료과 또는 같은 간호사 내에서 속한 병동이란 집단의 가면만 쓰면 여지없이 드러내는 집단이기주의... 자기 그룹에 속하지 못한 인간들에 대한 잔혹하고 냉혹한 태도와 이의 합리화...... 

어느 것이 이 사람들의 진짜 얼굴일까? ...

http://blog.hani.co.kr/medicine/3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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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환 수십명의 환자들, 입원한 이유야 재각각이겠지만 어찌되었든 입원할 정도의 상황이면 정기적으로 생체징후(vital sign)은 필수적으로 모니터되어야한다. 상식? ^^
 
생체징후는 보통 맥박수, 혈압, 체온, 호흡수를 이야기한다.
 
99.99% 의 대한민국의 병원과 동서양을 막론한 병원에서 입원한 환자들의 생체징후는 간호사가 잰다.
 
내가 여기서 100%라고 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하신 분이 있으려나?
 
귀족노조란 말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귀족을 넘어선 무책임 노조, 철밥통 방패막이 노조가 꽤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나 국공립병원, 대학병원들. 민노총의 보건의료노조의 핵심 중.... 나는 이들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자기들 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의 중소병원노조, 비정규노동자들의 방패로...
 
갑자기 혈압이야기하다고 왜 귀족노조를 이야기하냐구?
 
내가 아는 모 대학병원은 병동환자의 혈압을 간호사가 재지 않는다. 왜? 노조가 어느날 갑자기 간호사가 혈압을 안재기로 했다고 한다.
 
그럼 그 많은 입원환자 혈압은 누가 잴까? 인턴 또는 레지던트, 또는 교수가 회진을 돌 때 혈압계를 들고 다니며 잰다고 한다. 무슨 영화같지 않나? 환자를 죽도록 둘 수는 없으니 누군가 해야는 겠고, '배 째라'고 상관안하는 노조가 깡짜를 부리면 저렇게 된다.
 
여기에 환자가 열이 나서 체온을 자주 재야하는 것도 간호사들은 안한다고 한다. 그럼 환자를 그냥 둘 수는 없으니 의사들이 잠을 안자고 체온을 재러 다닌다.... 병동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이니 8시간 근무하고 집에 가지만, 인턴/레지던트는 밤새 일하고 다음날도 일한다. 낮에 환자진료, 면담, 외래, 시술/수술, 차트정리, 처방도 쓰거나 전산으로 처리해야한다. 병원에서는 혈압 재는 의사를 뽑고, 체온 재는 간호조무사를 뽑아야할까? 아~. 간호조무사를 뽑아도 소용없다. 노조에서 하지 못하도록 했으면 아무리 많은 직원을 뽑아도 그 직원은 그 시간에 그 일을 안하니까.
 
왜적이 침입하여 양민들이 도륙되고 있는데 공무원(조선시대로 치면 관아)에게 연락해도 감감 무소식이면 민간인들이 울분을 삼키며 내 가족을 지키기위해 죽창을 들고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다. 귀족노조의 비호를 받는 간호사, 기사 등의 노조원은 배째라고 버티면 그만이다.
 
얼마전 내가 수련받은 충북대병원에 일이 있어 들렸더니, 프랭카드들이 어지러이 걸려있었다. '신규 수간호사가 정실인사'란 주장이었다. 궁금해서 누가 수간호사되었는지 물어봤다. 음, 평판이 상당히 좋은 간호사가 수간호사가 되었다. 노조원에게 물어봤더니 나이가 어린 것이 먼저 수간호사가 되었고, 교수들 눈에 잘 보여서 그런 것이라 했다. 많은 전공의들의 생각은 '너희들이 보기에는 성실하고 친절하게 환자와 보호자, 다른 직원을 대하면 '잘난척'이고, 능력있어 2년 정도만 일찍 진급해도 계급제와 같은 연공서열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이 안되겠지? 역시 귀족계급이 아니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들이구나'였다.
 
내가 알기로 혈압을 간호사가 안재던 병원은 국내에 위에서 이야기한 서울에 있는 한 곳이었다. 하지만, 다른 병원들도 '혈압'만 빼고는 비슷한 일이 상당히, 반복적으로 많다. 그냥 간단하게 추론하여, 정부에서 그렇게 많은 국고지원을 국공립병원에 때려 부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의료원'을 비롯한 민간병원들이 지금과 같이 눈부신 성장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민노총 산하의 보건의료노조의 '공공병원 늘리기' 주장에 전혀 동조하지 않는 이유가 실제 경험들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철밥통 노조원을 늘리기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아니라고 본다. 담배인삼공사 노조가 국민세금으로 담배공장을 더 짓자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보인단 말이다.
 
입장을 조금만 바꿔서 당신이 환자나 보호자인데 동네에 있는 병원이 다음과 같다면 어쩌겠는가? 닳고닳은 공무원식(환자가 없으면 더 좋아요, 어짜피 철밥통인걸요. 시간만 지나면 월급 꼬박꼬박 나오죠.....)으로 일하는 직원으로 가득 찼고, 입구 곳곳에 빨간색 플랭카드들이 어지러히 걸려있고~~~. 

p.s. : 이글을 쓰게 된 이유는 eagloo의 폴리클님의 '가운을 내려놓다.'를 보고 옛날의 울분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여담. 지방의 국공립병원들이 KTX 때문에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빼앗긴다고 아우성이다. 또한 서울의 대학병원들도 마찬가지 문제로 골머리라고 한다. 그런데, 병원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기 바란다. 지금 수도권의 과거에 유명했지만 현재 쓰러져가는 병원이던 지역유명병원이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타협적 투쟁으로 유명한 '##'가 건재한 병원들이다. 일부 대학병원들 중 분가한 병원을 더 크게 짓고 투자하는 병원들 중에 마찬가지 이유 때문인 곳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노조 전체가 나쁘다거나 병원노조가 다(all)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의 친절/불친절의 차원이 아닌, 노조의 비호 아래 저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없는 사람들이 저 병원 또는 이를 비호하는 더 큰 세력의 중심세력이란 반증 아닐까요?  다음에는 제가 직접 겪은 기막힌 일들을 써보겠습니다.       

                            -내과의사가 만나는 의료와 사회(im.docblog.kr), 출처 포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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