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복, 한국 사회의 차별 언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30. 20:27

 


한국 사회의 차별 언어

저자
이정복 지음
출판사
소통 | 2014-02-17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차별 언어의 쓰임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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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곳에서 언어가 언중에 영향을 끼치는 것보다 언중이 언어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서술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어가 언중에 끼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으로 인해서 인권의 침해가 발생한다면 더욱 그렇다. 차별이라는 것은 편견이 행동으로 구체화된 것을 일컫는데, 어떤 것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칭송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출신 지역, 직업, 인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언중이 사용하는 용어에도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가. 성차별

1. 국어사전에서의 성차별

 인터넷이나 일반 언중 뿐만아니라 국어사전 속에서도 성차별이 나타난다. 옛적 중국에서 들여온, 지금은 사어가 된 한자어나, 여대생, 여경처럼 성을 나타내는 접두어를 유표적으로 표기하여 차별한다. 해설의 경우, 어떤 직위나 상태를 서술할 때 남자의 상태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는 조금 더 순종적이고 피동적으로 표현한다. 예문의 경우도 '그'로 표현되는 남성이 표현된 지문이 긍정적으로 서술된 경우가 많은 반면, '그녀'가 주어가 되는 예문은 부정적인 지문이 많다. 국어사전을 읽는 독자들은 이러한 표현을 보면서 성차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므로 사전 편찬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다만 글쓴이는 사전 편찬자들도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현실 속에서 그러한 주의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 마디 위로를 보낸다.

 

2. 인터넷에서의 성차별

 인터넷에서는 어떤 여성이 잘못한 것을 두고 '군삼녀', '루저녀'와 같은 멸칭을 붙였는데,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또는 여성이라서 언어 표현이나 행동을 잘못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언행이 잘못된 것이다. '-녀'라는 표현을 써야할 가치, 이유가 없다. '된장남','개똥남'과 같은 명칭은 일단 여성형이 생긴 이후 파생된 표현으로, 이는 여성이 조금 더 이런 비난적 언행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3. 인종 및 민족 차별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절대다수가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소중화사상, 일제강점기까지 겹쳐 있었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다채로운 차별단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일본, 흑인(흑형도 썩 바람직한 표현이라 볼 수는 없다), 백인(이들에 대한 열등감이 엿보이는 경우가 있다), 동남아시아권 사람들 및 북한이탈주민 등.

 하프코리안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혼혈을 달리 일컫는 말인데, 한민족만이 한국인이라는 사상을 깔고 '혼혈인' 차별에 앞장서고 있다. 역시 이 경우도 인터넷 댓글은 상당히 노골적이다. 예시는 생략.

 

4. 장애인 차별

 안타깝게도 장애인을 차별해 온 역사가 엄청나다. 조선 후기에 신분제를 비판하였던 탈춤 등에서도 '병신춤', '문둥이춤'으로 장애인을 희화화하는데, 신분제에는 강력히 반대하면서 장애인 차별에는 아무도 신경을 안쓰는 모순적인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속담을 배우기를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예로부터 내려온 글'이라 하나, '문둥이 죽이고 살인당한다'와 같은 속담이 지금도 수록되어 있으며, 그 해설을 '대수롭지 않은 일을 저질러 놓고 큰 화를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서술한 것은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5. SNS 상에서의 지역차별

이 책에서는 트위터만 조사했다. 특징은 이름란으로 쓰는 곳이 옆노(국회의원연금120만원철회운동)같이 성별과 이름을 알 수 없도록 근본없이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지역차별은 서울에서 멀어질 수록 차별하는 경향이 커지고, (이런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영호남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노골적이다. 정치인들이 수십년 전에 의도적으로 써먹었던 지역 간 대립과 지역감정을 친여 성향이나 친야 성향의 사람들에게 전하고, 지역사회에서 근근히 세대를 전승해왔던 이런 지역차별 표현은 인터넷을 통해 더욱 빠르고 새롭게 확산되고 있다.

 

6. 직업차별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상징적 구호에 불과하다. 당장 고용노동부의 한국 표준 직업 분류만 보아도, 직능 수준이 높은 직업이 위에 나와 있고 그렇지 않은 직업이 밑에 나와있다. 직업의 서열을 나타낸 것이다. 윗 세대가 '士자 직업'을 논하는 것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간호부>간호원>간호사'처럼 자신의 직업을 이루는 말에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왔다. 어떤 교수는 ''청소원'이라는 말도 조만간 바뀌어야 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는데, 나는 일단 언중의 언어 현실이 그러하고 그 직능에 종사하는 사람이 그것으로 만족하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내가 그 교수한테 '교수라는 말을 폐기하고, 교사라는 말로 통합하자'는 말을 던진다면, 그 교수는 분명, 확실히 화를 낼 것이다. 글쓴이는 모든 직업을 '원'이나 '인'으로 디플레이션시켜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데, 설득력이 있다.

 

7. 종교 차별

 나는 신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어떤 종교활동은 경전을 기반으로 한 친목동호활동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경우, 어떤 종교인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 나는 종교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예수가 '니 이웃을 사랑해라'고 해도 귓등으로 듣고, 석가가 '무주상보시'를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알아듣는 경우가 잘 없다.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종교인이 잘못한 것을 그 전체의 집단이 잘못한 것으로 확대해서 비난하는 것을 인터넷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힌두교를 비난하는 경우는 인종 차별과 연관이 있다.

 

8. 결론

 사람들이 차별을 하고, 이러한 차별 언어를 쓰는 이유가 별 것이 있겠는가? 각자 다르게 태어났고, 각자 다르게 성장해 왔고, 각자 다른 환경에서 지냈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스스로 평등하고, 대등한 인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를 항상 인식할 만큼 도덕적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은 차별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따라한다. 글쓴이는 Aronson(1980)의 논문을 들어 집단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 실질적 효용이 없다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해결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행동을 제약하면 사고방식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중들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언론이나 정부기관들도 차별적인 언어를 쓰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 및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